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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결혼생활 중 부부는 맞벌이와 외벌이를 오가면서 자녀도 없이 살았고,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살아왔는데, 부부사이가 좋을 때는 상대방이 취업준비나 공부할 때 다른 일방이 경제활동을 해가며 서로 내·외조를 번갈아 하면서 살아왔지만, 혼인파탄에 이르자 재산분할로 큰 싸움이 나며 서로가 서로를 부양했다며 소송에 이른 사건이었다.


당시 양측의 남은 재산은 부인 명의로 있는 서울 소재 아파트 한 채뿐이었는데, 실제로 두 사람은 많은 돈을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빌렸다가 그 후 벌어서 갚는 생활을 해 온지라 부부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는 재산이 어디까지이고, 부모님들께 돌려드려야 할 재산이 어디까지인가가 다투어지고 있었고, 양가의 감정싸움까지 겹쳐 싸움이 아주 크게 번져 있었다.


부인 측은 약 3천만 원 정도만 남편에게 주겠다고 하고, 남편 측은 7천만 원 정도는 자신의 기여라고 주장하는 형국이었다.


우리가 담당한 쪽은 남편 쪽이었는데, 남편은 자신이 공부하느라 2년여 쉰 것을 빼고는 항상 연봉상으로 부인의 세 배가량 되었고, 남편 측 부모님으로부터 도움받아 매번 집을 옮겼다고 하면서 7천만 원 분할을 요구했는데, 8년간의 결혼생활 중 수입이나 지출이 워낙 얽히고설켜서 입증은 못하고 서로 말로만 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린 소송과정에서 8년간의 모든 통장거래내역과 급여명세서, 고용계약서, 부동산거래약정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매주 일요일에 사무실에서 만나 평균 5~8시간의 검토 작업을 4회에 걸쳐 의뢰인과 머리를 맞대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결과, 의뢰인도 깜짝 놀라는 결과가 나왔다. 남편 측이 입증할 수 있는 재산 기여분은 7천만 원이 아니라 1억 2,700여만 원에 이르렀다. 그 입증 자료는 양이 참으로 방대했는데, 그 분량이 약 900여 페이지에 달했다.


그러한 분량의 증거가 재판부에 제출되자, 부인 측에서는 이에 대해 반박할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억울하다, 분하다, 너무하다" 라는 말만 반복하였고, 판사님은 결국 우리 의뢰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재산분할로 부인이 남편에게 1억 2,7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판결이 선고된 거다. 부인 측이 애당초 분할대상이 될 수 없었던 시부모님의 돈을 부부공동재산으로 주장하여 기여도를 부풀리다가 우리 측에서 우리 의뢰인의 기여도를 입증하는 서증을 분석해서 제출하자 결국 참패한 사건이었다.


부인은 지금도 후회하고 있을 거다. 소송 전 남편이 7천만 원을 주장할 때 그냥 합의할 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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